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 서해문집 (Stalingrad, Antony Beevor).

2차세계대전 관련 뜨뜻미지근한 버닝의 일환으로 계속된 책 읽기 되겠다. 원제는 Stalingrad(현재 지명은 Volgograd라고 한다. 볼가강때문이겠징)인데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다소 길지만 나름 독자의 관심을 살짝쿵 끌어볼 만한 제목으로 바뀌었다. 저 문구는 스탈린그라드에 고립된 2만여 명의 부상병들을 본 순간, 독일군의 헤르만 박사가 떠올린 단테의 '지옥'편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하는데 지옥의 입구엔가에 적혀있다고 한다. 지옥에 왔으니 뭐 고민마시고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5분 휴식 끝내고 3만년 잠수 시작~ -_-;;

책의 내용은 2차세계대전중 가장 중요한 전선 중 하나였다는(이걸 읽기 전에는 잘 몰랐다능 -..-) 독일과 러시아간의 동부전선,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공방전에 펼쳐졌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루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적절한 지도자료를 보여주어서 전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좀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군단, 사단, 부대등 명칭이 헷갈리면서 이게 독일군이야 러시아군이야하는 사소한 고민들에 빠진 적도 종종 있었다. 그밖에 사진 자료들도 좀 더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이 책의 중요한 특성중에 하나는 실제 전투에 투입된 말단 병사나 실전 장교들로부터 나온 편지나 일기와 같은 여러가지 문서 사료들을 세세하게 조사해서 함께 실었다는 점인것 같다. 비록 공개된 사료들은 당시 양측에서 서로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자체 검열이라는 단계를 거친 것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나마라도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의 그야말로 지옥과 같았던 상황을 유추해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자세한 역사적 이야기는 다 읽고 났지만 아직도 흐릿한 부분이 많으므로 넘어간다. 다만 이번에는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를 일단 깔고 시작해서 그런지 훨씬 수월하고 든든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책의 중간중간에 흥미를 끄는 부분들이 좀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지뢰 개' 혹은 '개 지뢰'인데 몇몇 독일군 기갑사단이 목격한 러시아의 신종 대전차 무기였다. Wikipedia에서 발췌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Anti-tank dogs, or Hundminen as they were known by the Germans, were dogs taught to carry explosives under tanks and armoured vehicles where they would detonate and inflict the most damage upon the vehicle."
전시 상황이 되면 등 부분에 폭약과 단순한 레버 정도로 작동되는 기폭제를 달아놓은 굶주린 개들을 독일군 전차쪽으로 풀어놓는다. 이 개들은 이미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원칙에 따라 전차 밑바닥에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훈련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작전이 잘 먹혀들어간 경우 개가 지니고 들어간 폭약은 전차의 섀시를 곱게 말아먹을 수 있어서 능히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너무 굶주린 나머지 뒤돌아 러시아쪽 전차나 트럭 밑을 뒤진다면 대략 낭패... -_-;;; 돌아오는 반역견들을 처치하기 위한 소규모 저격병 부대를 따로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아무튼, 이 anti-tank dogs들로 인해서 독일군이 그렇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것 같지는 않지만 책에 서술되어 있는대로 '그 기상천외한 전술은 독일군의 기분을 섬뜩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테지. 인터넷을 뒤지니 관련해서 괜찮은 사진이 하나 있는데, 시간적 배경이나 전차의 종류를 확실히 모르겠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십중팔구 저런 모습들로 맞닥뜨렸었겠지. 
전차 뚜껑이 꼭 쫑긋세운 귀 같아 보여 움찔하는 듯 왠지 더욱 안쓰러운 전차와 폭약달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개 한마리.

전차: 어랍쇼? 이.. 이거 시바 뭐야 이거? ;;;
개: (문답무용) ...

by subsub | 2009/03/18 12:13 |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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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허근철 at 2009/09/08 18:26
그런데 개가 다가가고 있는 전차는 독일군 전차가 아니라 소련군 전차네요... 반역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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